[매일노동뉴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실태조사, 은행 최저가 낙찰에 현금수송노동자 저임금 쳇바퀴

관리자 | 2019.10.10 09:21 | 조회 1263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실태조사 결과] 은행 '최저가 낙찰'에 현금수송 노동자 저임금 '쳇바퀴'한국금융안전 평균 근속 13.4년, 하루 10.31시간 일해 … 연장근로수당 빼면 최저임금 수준
한국금융안전에서 일하는 김아무개(33) 대리는 요즘 만삭의 아내를 볼 때마다 걱정에 휩싸인다. 입사 9년차인데, 월급은 세금을 제외하고 250만원 남짓이다.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연장근로를 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연장근로수당을 제외하면 월급은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다. 혼자 벌어 가족을 부양하기에 벅찬 액수다.

한국금융안전은 국내 현금수송 업계 1위 회사다. 김 대리는 9일 “일을 하며 은행원들과 자주 마주치는데 그들이 받는 월급과 비교해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며 “회사를 훨씬 오래 다닌 선배들과 제 월급이 불과 5만원밖에 차이가 안 나 앞날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오래 일해도 임금인상 없거나 낮아"=<매일노동뉴스>가 이날 금융노조 의뢰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진행한 ‘현금수송 하도급업체의 임금실태와 근로조건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보고서는 지난달 작성됐다. 국내 현금수송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실태가 조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 금융안전지부(위원장 이동훈) 조합원 4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평균연령은 40.96세, 근속기간 평균은 13.4년이다.

연간 3천만원 초반대의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가 참여자에게 연간 임금총액에 대한 인식을 물었더니 “3천만원에서 3천500만원 사이”라는 응답이 3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3천500만~4천만원(29.7%) △2천500만~3천만원(21.5%) △4천만~4천500만원(9.1%) 순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31시간이었다.

“임금수준을 금융기관(원청) 종사자들과 비교할 때 어떠하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90.3%가 “낮다”고 답했다. “근속에 따른 임금인상이 없거나 너무 낮다”는 의견에 97.3%가 동의했다.

현금수송 업계에 저임금 구조가 뿌린내린 것은 입찰 방식 때문이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최근 주요 은행 현금수송·물류업무 입찰공고 내용을 소개했다. 신한은행은 2018년 ‘통합물류 수송대행업체 선정’ 입찰에서 최저가 낙찰을 명시했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물류배송 및 문서수발업무 용역업체 선정 입찰공고’에서 총점의 70%를 가격평가에 배정했다. 지부 조합원들에게 제도개선 방안을 묻자 "저가 낙찰제 폐지와 표준용역비 산정기준 마련"이라는 답변이 36.4%로 가장 많았다.

◇"금융당국이 표준용역비 산정해야"=연구에 참여한 이종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화평)는 “대다수 은행이 현금수송업무 위탁을 위한 낙찰자 선정 과정에서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부실한 용역계약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기관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만큼 권한을 갖는 기관이 앞장서서 표준업무위탁계약서와 표준노임단가 등을 통해 위법·부당한 용역계약이 체결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각 은행 현금수송업무 종사자 직접고용 △금융기관 공동 '현금수송을 포함한 특수경비 전문회사' 설립 △금융위원회 '금융기관의 현금수송업무 위탁에 관한 규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동훈 위원장은 “은행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고려 없이 최저가 낙찰제만 고수하고 있어 현금수송 업계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법이 현금수송사무를 금융사고 가능성이 높은 업무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현금수송노조협의회는 최근 한국금융안전과 브링스코리아 대표에게 노조 위원장이 포함된 4자 회동을 제안했다. 협의회는 금융안전지부와 브링스코리아노조가 지난해 4월 만든 조직이다. 브링스코리아는 현금수송 업계 2위 회사다. 조승원 브링스코리아노조 위원장은 “은행이 고수하는 최저가 낙찰제가 회사와 직원은 물론 업계 전체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하에 1·2위 업체 노사 대표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회동을 제안했다”며 “사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매일노동뉴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245개(1/13페이지)
노동소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45 <콩나물신문>딱 최저임금 오른만큼만 내 임금이 올라요. 사진 관리자 487 2023.05.30 13:59
244 [카드뉴스]일하기 전 알아둬야하는 근로기준법 사진 첨부파일 관리자 726 2023.02.20 13:18
243 프리랜서, 누구냐? 넌 관리자 713 2023.02.17 14:57
242 [콩나물신문]나의노동에 말 걸기 사진 관리자 694 2023.02.17 14:56
241 [매일노동뉴스] 불법파견 -> 기간제는 불법(대법원) 사진 관리자 1422 2022.02.03 15:05
240 [헬로비전뉴스]부천공동주택 노동자 불안한 고용에 휴게시설도 심각 관리자 1722 2021.05.08 14:50
239 [헤럴드경제]7월부터 '특고'도 고용보험 적용.. 보험료율은 1.4% 사진 관리자 1837 2021.03.19 10:24
238 [한겨레]"사고 나면 제 돈으로 갚아요" 위험까지 배달하는 청소년 사진 관리자 2273 2021.03.17 10:37
237 [데일리안]"이럴거면 남자만 부르지" 도 넘은 성차별 면접, 페미니즘 사 사진 관리자 1876 2021.03.16 09:30
236 [new1]로젠택배 김천터미널 택배기사 의식불명...배송업무 중 쓰러져 사진 관리자 2019 2021.03.16 09:25
235 [한겨레]코로나에 올 인상률 역대 최저였는데...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사진 관리자 1676 2021.03.15 10:12
234 [매일노동뉴스]50대 기혼 여성 마트노동자는 10년 일해도 최저임금 사진 관리자 1862 2021.03.15 09:51
233 [YTN]사각지대 속 '16살 특고'의 죽음.. 부모도 모르게 배달 알바 사진 관리자 1436 2021.03.15 09:37
232 [한겨레]기계에 끼여 참변…10곳 중 9곳이 ‘방호장치’ 없었다 사진 관리자 1151 2021.03.10 09:46
231 [매일노동뉴스]쿠팡의 깜깜이 수수료 정책 "내 임금 어떻게 결정되나" 추 사진 관리자 1112 2021.03.10 09:08
230 [한겨레]코로나19 일자리 위기 1년.. "20대 여성 4명 중 1명 퇴 사진 관리자 942 2021.03.08 14:10
229 [뉴시스]"내가 조폭 출신이야" 동대표의 기막힌 경비원 갑질 사진 관리자 1085 2021.03.05 13:16
228 [오마이뉴스]"방송 나왔으니 술 사라" 하다가 내막 알려주면 감짝 놀라 사진 관리자 1111 2021.03.04 10:35
227 [한국일보]차별로 얼룩진..파트타임 노동자의 '내돈내산'작업복 사진 관리자 1177 2021.03.04 09:16
226 [매일노동뉴스]포스코 노동자 특발성 폐섬유화증 첫 산재인정 사진 관리자 1039 2021.03.02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