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죽음의 노동현장으로 내몰리는 이주노동자, 청소년

관리자 | 2019.10.29 09:22 | 조회 1101
[값싼 노동 찾는 사회] 죽음의 노동현장으로 내몰리는 이주노동자·청소년17회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대회서 열악한 노동환경 고발
▲ 배혜정 기자

지난 11일 낮 대전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중 조형물에 깔려 사망한 스물세 살 네팔 이주노동자 덜라미 머걸씨. 지난달 25일 입국한 그는 일을 시작한 지 10여일 만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전자기기 기술자를 꿈꾸며 마이스터고에 입학한 김동준군. 2013년 3학년이 됐을 때 김군은 현장실습을 나간 CJ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상급자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다. 기강을 잡는다는 이유였다. 폭행사실을 부모나 학교·회사에 알리면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까지 들으며, 매일 두려움에 떨던 김군은 현장실습 두 달 반 만에 스스로 열아홉 생을 끊었다.

이주노동자와 청소년. 얼핏 교집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둘도 공통점이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싼값'에 쓸 수 있는 노동력으로 취급받으면서 '죽음의 노동현장'에 내몰리고 있는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다.

아시아직업및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ANROEV) 주최로 28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7회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대회에서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이주노동자와 청소년(인턴) 노동자들이 겪는 노동현장 문제가 다뤄졌다. 이주노동자·청소년 노동이 조명된 건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위험의 외주화 넘어 위험의 이주화로
하루 평균 2.7명꼴 사망하는 이주노동자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 산재로 사망한 국내 이주노동자는 607명이다. 한 해 평균 100명, 하루 2.7명꼴로 죽는 것이다. 이 중 86.4%(525명)가 제조·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영세 사업장들이 산업재해로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산재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5월 기준 국내 노동자의 산재발생률은 0.18%였는데, 이주노동자는 1.16%로 6배 높았다. 산재사망률은 이주노동자가 4배 더 높다.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날 오후 '이주노동자의 안전보건' 워크숍에서 발표자로 나선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70%가 30인 미만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중소·영세 사업장 설비는 오래되고 안전위협 요소가 많은 데다, 산업안전교육이 부실하다"고 설명했다. 설령 사업장 설비에 안전장치가 있더라도 작업효율을 높이기 위해 안전장치를 가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경북 영덕 오징어 가공업체에서 일어난 이주노동자 집단 질식사망사고도 안전장비 하나 없이 폐기물 저장탱크 안을 청소하러 들어갔다 변을 당한 경우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한다. 이주노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에 따른 벌금을 피하기 위해 고용주는 노동자가 다쳐도 산재 처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한다. 노동자들도 강제추방 두려움에 사고를 당해도 몸을 숨긴다고 한다. 지난 8월14일 속초 아파트 공사장에서 승강기 추락으로 다친 2명의 이주노동자는 병원 이송 중 잠적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던 이들은 몸 아픈 것보다 강제추방이 더 두려웠던 셈이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산재를 개선하려면 산재예방의 최우선 대상을 이주노동자로 설정해야 한다"며 "출국 전, 입국 후 노동자 대상 산재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사업장의 노후설비나 안전장치 미가동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문제는 한국만의 이슈는 아니다. 말레이시아 내 다국적기업에서는 주로 인도네시아 여성노동자들을 고용한다. 말레이시아 직업의학전문의 자야발란 탐비야파씨는 "여성들이 선 채로 12시간씩 근무한다"며 "1시간의 휴식시간은 한 근무조마다 세 번씩밖에 주어지지 않고, 체력 한계치까지 몰아붙이는 통에 업무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주장했다. 탐비야파씨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다루는 일은 주로 이주노동자에게 맡기고, 병에 걸리거나 다쳐도 보상을 요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배혜정 기자

현장실습 갔다가 주검으로 "각국 청소년 강제노동 모니터링 강화해야"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일터로 나간 청소년 노동자들. 누구보다 보호받아야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은 '싼값에 부려먹기 쉬운 대상'일 뿐이다.

실제 2011년 12월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진 사례부터 2017년 제주 음료공장에서 기계정비를 하다 사망한 이민호군 사건까지, 직업계고 학생들이 고3 2학기부터 나가는 현장실습 과정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청소년(인턴) 노동자의 안전보건' 워크숍에서 발제한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거의 매년 한 명씩 직업계고 학생들이 죽고 있다"며 "이들 모두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고, 참고 버티는 강제노동을 감내했다는 게 공통적으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의 죽음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았다"며 "기업의 요구, 국가의 취업률 요구, 각 학교·교육청의 취업률 경쟁 속에서 취업·현장실습을 가장한 강제노동을 학생들에게 시켜 왔다"고 비판했다. 이 상임활동가는 "각국 청소년 노동자에 대한 강제노동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며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청소년 노동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각 나라와 기업들에게 준수하라고 권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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